9월 2일 인간성 종말의 종말 01 뭘 했다고 구월인지 모르겠다. 물리적 공간의 이동이 감각의 경험과 사유의 깊이를 달리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까닭에 코로나 시대의 우리들은 그제와 어제와 오늘의 기억이 흐릿하다고 한다. 물론 코로나가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물리적 공간의 구속이 반드시 인간 사유를 게으르게 만든다고는 못한다. 공간은 같아도 시간은 여전히 흐르며 그 속에 존재하는 나는 분명 어제의 나와는 다르다. 하지만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와 다를 바 없다면 그것은 환경의 탓이 아니라 순전히 관성에 얽매인 내 탓이다. 능동적으로 행동하려 애썼던 것 같은데도 기억이 흐릿하다면 그건 기록하지 않는 자의 비극적 최후다. 나는 기록을 게을리 했고 대부분의 시간을 상실했다. 정확함을 상실한 것이다. 02 수영언니가 맛있다고 많은 칭찬을.. 더보기 이전 1 2 3 4 5 다음